[A매치 휴식기 특집] 미리 보는 겨울 이적시장



※ 이번 글은 매우 한정된 정보를 근거로 작성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현실과 다를 수 있으며, 실제 이적시장의 흐름 또한 이 글의 내용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K리그도 이제 마지막 두 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이뤄낸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19일의 A매치 휴식기가 지나고 난 뒤 진행될 경기들의 결과에 따라, 울산의 시즌 목표 달성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겨울 이적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섣부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기나긴 휴식기에 조금이나마 지루함을 덜어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글을 기획했다. 물론 설레발은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이번 글을 작성하는 동안 시즌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모든 내용은 이번 시즌 지금까지 울산이 보여준 모습들을 바탕으로 그려나간 것이다.


누가 떠나고, 누가 남는가?

  우선, 울산의 현재 스쿼드와 시즌 종료 후 팀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을 파악해야 한다. 울산의 현재 스쿼드는 다음과 같다. 포지션 분류는 울산 현대 축구단 공식 홈페이지의 '선수단' 항목을 참고했다.



  이 중, 다음 시즌 팀을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울산은 선수 영입 시, 보도자료에 계약기간에 대해 명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계약에 대한 소식도 언론을 통해 알리지 않는다. 정확한 계약기간을 알 수 없으니, 계약 만료가 다가온 선수도 짚어내기 어렵다. 말머리에 언급했듯 이하의 글은 정확한 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려 노력했다.


  일단 위 명단에서 입단 1년차인 선수들은 이탈가능군에서 제외했다. 은퇴가 다가오는 선수가 아닌 이상, 1년 단기 계약을 맺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적 혹은 자유계약을 통해 입단한 선수의 첫 계약은 2년 계약 혹은 3년 계약이 일반적이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선수가 다른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이적료가 발생한다. 바이아웃 조항 등의 변수가 없는 이상, 선수 영입을 원하는 구단은 울산이 제시하는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따라서 입단 1년차 선수들이 팀을 떠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2019시즌을 앞둔 겨울 이적 기간에 영입했거나, 2019시즌 여름 이적 기간에 영입한 선수들을 제외한 것이 아래의 표다. (임대 중인 선수는 해당사항이 없으므로 제외하지 않았다.)



  이 목록의 선수들이 다음 시즌 울산에 남을지, 혹은 새로운 팀을 찾아 이적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 중에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있다.



  김보경과 믹스는 임대 선수 신분이다. 각각 김보경은 가시와 레이솔, 믹스는 맨체스터 시티가 원소속 구단이다. 이 두 선수는 임대 계약 연장 혹은 완전 이적을 제시하지 않는 한, 팀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김보경의 원소속 구단 가시와 레이솔은 이번 시즌 J1리그로의 승격이 유력하다. 두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3위에 승점 5점차 리드를 점하고 있는 1위다. 이번 시즌 K리그 MVP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될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선수를 승격 팀이 쉽게 포기할 리 만무하다. 김보경은 가시와와 2020년까지 계약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적료를 지불하고 완전 이적시키지 않는 한 울산에 남아있을 수 없다.
  믹스는 지난 여름 울산에서의 임대 기간을 연장했다. 2018시즌 여름에 1년 임대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계약 만료 또한 2019시즌 중반부인 여름이었다. 임대 연장 당시 소문으로는, 일반적으로 겨울에 이뤄지는 재계약 시기를 맞추기 위해 우선 6개월간의 임대만 결정했다고 한다. 트랜스퍼마켓에서도 울산과 믹스의 임대 계약 기간은 2019년 12월 31일까지로 표시되어 있다. 따라서 울산이 믹스를 잡아두고 싶다면, 이번 겨울 이적 기간에 다시 한 번 계약 연장에 대해 협상해야 한다. 그리고 그 협상의 결과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이명재와 박용우는 최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 2020년도 제1차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종 합격 여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두 선수 모두 합격할 경우를 생각한다면, 울산은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의 주전급 대체 자원을 구해야 한다.


돌아오는 선수들

  떠날지 모르는 선수들이 있다면, 울산으로 돌아오는 선수들도 있다. 이번 시즌이 종료되고 나면 꽤 많은 선수들이 임대 이적 생활을 마치고 팀에 복귀할 예정이다. 아래 표는 임대 기간 만료가 임박한 선수들의 목록이다.



  우선 J2리그의 나가사키로 임대 이적했던 이상민과 이종호가 있다. 두 선수의 임대생활이 완전히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들의 복귀가 울산에 큰 힘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센터백 이상민은 나가사키에서 리그 16경기, 컵대회 5경기를 소화했다. 그 중 풀 타임 출전 기록도 상당히 많아,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2020시즌까지 U22선수(1998. 01. 01. 이후 출생자)에 해당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종호는 안타깝게도 임대 기간동안 그다지 중용받지 못했다. 리그 13경기, 컵대회 5경기에 출전했지만 리그에서 선발로 출전했던 것은 6경기에 불과하다. 득점도 리그와 컵 한 골씩에 머물렀는데, 이마저도 리그에서 기록한 득점은 PK골이었다.
  그럼에도 이종호의 복귀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새로운 스타일의 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질 내용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이종호의 플레이 스타일은 현재 울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19시즌을 앞두고 아산 무궁화로 임대 이적했던 공격형 미드필더 김레오와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은 박동혁 감독의 지휘 아래 많은 경험을 쌓았다. 김레오는 22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고, 오세훈은 30경기에 출전해 7골과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오세훈의 경우 임대 기간 도중 U20 월드컵에 참가하여 주전 공격수로 팀의 준우승을 이끄는 등 국제 대회 경험까지 쌓았다.
  한 시즌 동안 스쿼드 멤버로 꾸준히 기용되며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득점 상황에 관여해본 경험은 어린 선수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된다. 이 선수들이 돌아와 울산의 로테이션 멤버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성장은 반가운 일이다.
  오세훈은 국군체육부대 2020년도 제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앞서 언급한 이명재, 박용우의 나이대(1993년생)를 생각하면 오세훈(1999년생)의 상무 지원은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군팀 특성상 U22룰을 면제받아왔던 상주 상무는, 대회요강 개정으로 2020시즌부터 U22룰을 지켜야 한다. 이번 상무 지원자 명단에 어린 선수들의 이름이 꽤 보이는 이유다. 오세훈이 이번 시즌 국내외에서 보여준 활약상을 생각하면, 최종 합격이 유력해보인다.
  여담이지만, 오세훈의 상무 지원은 영리한 결정이다. 군 문제를 일찍 해결하면 앞으로 다가올 전성기 나이에 더 많은 선택지를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외국인 공격수에 의존하는 K리그 특성상, 한국인 공격수들은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다. 경기 경험의 측면에서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는 상주 상무는 좋은 선택이다. 더하여, 2020년 여름 도쿄 올림픽 결과에 따라 조기 전역의 길도 열려 있다.



  전남에서 2019시즌을 보낸 김건웅은 팀의 주전 자원으로 기용되었다. 무려 33경기에 출전했으며 그 중 19경기의 풀 타임을 소화했다. 비록 올시즌 전남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고, 그 책임에서 김건웅 또한 자유롭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얻어가는 것이 많았을 임대 기간으로 보인다.
  특히 김건웅의 포지션인 3선 중앙 미드필더 혹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2020시즌을 앞두고 울산이 1순위로 보강해야 할 포지션이다. 현재로써는 김건웅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김건웅이 2020시즌의 울산에서 어떤 위치를 점할지는 코칭스태프들의 판단에, 그리고 프리 시즌에 김건웅 선수가 얼마나 자신의 성장을 입증해내느냐에 달렸다.

  디나모 자그레브의 김규형과 FC 유니오즈 OÖ(LASK 린츠에서 재임대)의 홍현석은 거취가 확실치 않다.
  김규형과 함께 디나모 자그레브로 임대되었던 김현우는 완전 이적이 유력하다는 기사가 있었다.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 완전 이적 옵션으로 영입한다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김규형의 소식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홍현석에 대한 LASK 린츠의 임대 계약은 올해까지다. 완전 이적 옵션이 추가된 계약이었기 때문에 아직까지 임대 복귀 여부는 알 수 없다.(정정: 홍현석의 임대 기간은 2020년 여름까지다.)



  2019시즌 여름 이적 기간에 임대를 떠났던 이지훈, 김태현은 나름대로의 소득을 얻었다.
  울산대 시절 은사, 유상철 감독의 인천으로 임대 이적했던 이지훈은 스쿼드 플레이어로 활용된 편이다. 7경기의 교체 출전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주전급으로 올라서는 데 실패하며 풀백과 윙어 포지션의 로테이션 멤버로 기용되었다. 냉정히 이야기하면, 시즌 종료와 함께 울산으로 돌아오더라도 다음 시즌을 함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선수다.
  김태현은 대전으로 임대 이적해 11경기를 소화했다. 이 중 10경기에서 풀 타임 출전을 기록하며 팀의 핵심적인 주전 자원으로 발돋움한 모양새다. 울산 입단 이전부터 통진중-통진고의 유망주로 유명했고, 연령별 대표팀에도 선발되었던 만큼 잠재력은 확실한 센터백 자원이다. 신장 186cm의 피지컬에 발밑도 좋은 편이라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울산의 축구에도 어울린다. 대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성장을 증명한다면, 30대 선수들로 구성된 울산 수비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전술이 가진 문제점

  그렇다면 울산은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필요한 자원'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현재 울산의 전술을 짚고 넘어가자.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명확한 컨셉의 전술을 운용하는 팀이다. 공격 상황에서의 울산은 후방 빌드업을 위시한 패스 플레이를 보여준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화하자면, 드리블 보다는 패스워크, 롱 패스보다는 숏 패스, 스루 패스보다는 2대1 패스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수비 상황에서의 울산은 수비 블록을 형성하는 지역 방어를 보여준다. 이 또한 간략화하면, 전방 압박보다는 위험 지역 점유, 1대1 마크보다는 패스 경로 차단을 선호한다고 할 수 있겠다.
  울산의 전술은 퀄리티 높은 선수들의 능력에 힘입어, 팀을 우승 경쟁권에 올려놓았다. 현재 울산의 성적이 곧 전술의 우수성을 증명한다. 하지만 울산의 전술이 모든 면에서 좋은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울산이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를 보았을 때, 이 전술이 야기하는 문제도 있다.

  울산의 수비는 상대의 중거리 슛이나 키 패스를 저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울산은 상대에게 어느 정도의 점유율을 허용한다. 이때 내주는 점유율은 위험 지역에서 먼, 소위 '의미 없는 점유율'이기 때문에, 이 점유율이 실점 위기와 이어질 확률은 높지 않다. 문제는 이 의미 없는 공 소유 상태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때 발생한다. 공수 전환이 되지 않으니 울산은 수비 형태를 오랜 시간 유지해야 하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울산의 수비 라인은 후방으로 밀려난다.(강원FC전 리뷰②의 "주니오 덕분에 이겼지만, 주니오 때문에 밀렸다" 참고)
  울산은 미드필더 라인까지 가담해 수비 블록을 형성하기 때문에, 수비 라인이 내려가면 미드필더 라인도 함께 내려간다. 2·3선을 이루고 있는 미드필더들이 후방으로 내려오면, 공수 전환이 일어났을 때 역습 거리가 늘어난다. 그라운드의 최후방에서 최전방에 이르는 거리를 전속력으로 달린 후에도 킥 정확도를 유지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수비의 견고함이 역습의 날카로움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울산의 주요 공격 전술이 숏 패스 플레이인 이유를 여기서 유추할 수 있다. 숏 패스 플레이는 역습에 비해 느리게 전진하는 방법이지만, 안전하고 정확한 공격 전개가 가능하다. 무뎌진 역습을 지공의 정확도를 높여 보완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숏 패스 플레이 또한 완벽한 전술은 아니다. 숏 패스 플레이의 느린 템포는, 상대가 수비 형태를 완성시킬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정리하면, 울산의 전술이 야기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공수 전환이 어렵다. 둘째, 완성된 수비 블록을 상대해야 한다. 울산이 다음 시즌에도 현재의 전술을 유지하려면, 겨울 이적시장의 영입을 통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원, 수비형 미드필더

  우선, 이탈 선수를 대신할 영입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물론 김보경과 믹스를 잔류시키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재계약 혹은 완전 이적 협상에 난항을 겪는다면, 최대한 빨리 움직여 대체 자원을 구해야 한다. 창의성이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와 안정적인 볼 배급이 가능한 중앙 미드필더. 옌볜 푸더 해체로 원소속 구단이 사라진 윤빛가람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제주와의 임대 계약이 올시즌까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실 이 포지션의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영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보경 만큼의 원숙미는 없지만, 이동경, 이상헌, 박하빈 등 울산 유스 출신 젊은 유망주들은 대부분 김보경의 포지션에서 뛴다. 믹스는 2선과 3선을 넘나드는 플레이를 보여주지만, 3선으로 한정지어 생각하면 신진호, 김성준, 그리고 전남에서 돌아오는 김건웅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이명재의 공백 문제는 울산이 이미 해결책을 마련해두었다. 울산은 지난 여름, 호주 A리그 퍼스 글로리에서 데이비슨을 영입해왔다. 부상으로 데뷔 시기가 늦춰지긴 했지만, 데이비슨은 최근 경기에서 꽤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슨과 박주호, 그리고 때때로 정동호가 가세한다고 생각하면, 울산의 왼쪽 풀백 포지션이 부족한 느낌은 아니다.

  필자가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박용우의 빈 자리이다. 올시즌 중앙에서 김보경과 믹스가 공격을 주도했다면, 그들이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박용우 덕분이다.
  정확한 롱 패스가 강점이었던 미드필더 박용우는 믹스 영입 이후, 수비적 능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중원의 패스 마스터'에서 '중원의 살림꾼'으로 바뀐 선수 소개 멘트처럼, 올시즌 박용우는 중원에서 궂은 일을 떠안아준 살림꾼이었다.
  박용우가 떠나고 나면, 남은 미드필더들 중에는 수비적인 역할에 어울리는 선수가 없다. 박주호와 데이비슨을 3선에 기용할 수는 있지만, 이들은 왼쪽 풀백 포지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수비력으로 중원을 장악해줄 미드필더 자원의 영입이 필요하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은 전술적인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해줄 수 있다. 울산이 공격을 진행하다 공수 전환이 일어난 상황을 상상해보자. 상대는 공격을 위해 전진한 울산의 뒷공간을 노려 역습을 시도할 것이다. 공을 소유한 선수가 전진하고, 수비 블록을 형성하던 상대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넓게 퍼져 달린다. 그 장면에서, 후방에 대기하던 울산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을 빼앗아냈다고 생각해보자.


대표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첼시의 은골로 캉테

  수비형 미드필더가 높은 위치에서 역습을 차단할 수 있다면 울산은 다양한 이점을 얻는다. 첫째, 울산의 미드필더들이 수비 블록 구축을 위해 후방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된다. 이동 거리가 줄어드는 만큼, 체력 소모가 줄어든다. 둘째, 공격을 높은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다. 공격을 높은 위치에서 시작하면 상대 골문 근처까지 달려야 하는 거리가 줄어든다. 달리는 거리가 줄어들면 그만큼 체력 소모가 적고, 마지막 패스와 슛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셋째, 상대 수비 블록이 완성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격을 전개할 수 있다. 재역습이 위력적인 이유는, 역습을 위해 전진하던 상대에게 허물어진 수비 진형을 회복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완성된 수비 블록을 지공으로 파훼해야 하는 장면보다 훨씬 위협적인 득점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수비에 특화된 수비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면 울산이 추구하고 있는 후방 빌드업은 약간 불안해질 수 있다. 하지만 뛰어난 수비형 미드필더의 존재로 위와 같은 장면을 자주 연출할 수 있다면, 오히려 후방 빌드업이 필요 없는 '공격 축구'를 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울산 팬들이 원해왔던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영입이 필요하다.



스코어러보다 찬스 메이커

  울산의 다음 시즌에 필요한 자원을 하나 더 꼽자면, 필자는 윙포워드라고 말하고 싶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주니오를 이적시키고 그 외국인 쿼터에 드리블을 잘하는 윙포워드를 영입한다면, 울산의 공격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공 상황에서 과감하게 드리블을 시도하는 윙포워드가 존재한다면, 울산은 훨씬 더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드리블러의 존재는 내려선 상대 수비 블록에 부담을 준다. 측면에서 공을 받은 윙포워드가 페널티 박스 안을 향해 잔발을 치며 들어가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인다. 공을 빼앗으려 발을 잘못 뻗었다가는 PK가 선언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태클을 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지역으로 돌파를 허용하게 된다.
  이 '부담'이 수비진 전체에게 퍼지면, 오히려 반대편의 공격수가 편해지는 효과도 있다. 드리블러가 진입할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수비 숫자가 한쪽 측면으로 집중되는 상황이 나오면, 당연히 반대편 공간은 넓어지고, 다른 공격수들은 수비수들의 눈길을 피해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성향의 윙포워드를 '크랙', '게임 체인저'라고 부르는 이유다.


문선민이 슈팅을 시도할 때, 반대편에서 손을 들고 있는 선수를 주목하자, 마크하고 있는 경남 선수가 전혀 없다.

  주니오를 내보내면 골은 누가 넣어?라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주니오는, 올시즌 리그에서만 18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 중일 만큼 골 결정력이 뛰어난 공격수다. 팀의 득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공격수를 내보내는 것에 부담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아래의 표를 보자.



  36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울산은 69득점으로, 리그에서 전북(70득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팀이다. 하지만 순위 선정 기준을 '슛 횟수'로 바꾸면 울산의 순위는 한참 아래로 떨어진다. 울산의 슛 횟수는 총 403회로 12개 팀 중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북의 슛 횟수와 비교하면 100회 이상의 차이가 난다.
  이 통계를 긍정적으로 읽으면, 울산은 전북보다 훨씬 적은 슛을 시도해 거의 비슷한 골을 만들어냈으니, 더 뛰어난 결정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울산은 슛을 시도할 기회가 전북보다 적었고, 그 적은 기회의 대부분을 주니오에게 밀어줬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주니오의 골 결정력에 의존해 상대적으로 적은 찬스를 결정지으며 버텨온 팀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윙포워드의 효용성에 대해 설명할 때, 윙포워드의 존재로 다른 공격수들이 편해진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주니오를 대신해 윙포워드를 영입한 울산에, 주니오만큼 많은 골을 기록하는 선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윙포워드가 있는 울산은 더 많은 공격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고, 더 많은 슛을 시도해 득점을 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 명의 스코어러가 팀 득점을 독점하는 팀보다 고른 득점 분포를 가진 팀이 더 막기 어렵다.

  더하여, 주니오가 떠난 자리에는 주민규, 박정인, 임대에서 돌아오는 이종호를 기용할 수 있으니 무리해서 새로운 영입을 할 필요도 없다. 위 세 선수들은 주니오보다 골 결정력에서 뒤처질 수는 있으나, 다른 부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특히 2017시즌 이종호가 보여줬던 왕성한 1차 압박은 주니오의 체력적인 한계가 야기했던 '공수 전환'의 문제를 해소해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당시 이종호에게 아쉬웠던 골 결정력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 2017시즌의 울산은 오르샤와 김인성의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이 주 공격 루트였던 팀이었다. 현재의 울산은 믹스와 김보경을 통한 지공을 주무기로 삼고 있는, 공격 전술의 컨셉이 전혀 다른 팀이다.
  주민규를 기용한다면 피지컬로 공을 지켜내고 연결하며 빌드업에 도움이 될 것이고, 박정인을 기용한다면 중앙과 측면을 오가는 빠르고 넓은 움직임을 통해 2선 자원들에게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들은 울산이 추구하는 전술적인 색깔에 큰 도움이 된다. 득점왕을 포기하는 대신 더 위력적인 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마치며

  장황하게 쓰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아도 겨울 이적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기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고, 우승도, ACL출전권도, 강등도 결정된 것이 없다.
  울산이 겨울 이적시장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남은 두 경기에 달렸다. 우승을 확정짓는다면 더 강한 디펜딩 챔피언이 되기 위해 팀을 보강하는 이적시장이 될 것이고, 우승에 실패한다면 많은 선수들을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다가올 전북전에 모든 것이 걸려 있다.
  남은 11일의 휴식기 동안, 울산의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지난 전북 원정 3-0 패배를 떠올리며 절치부심하길 바란다. 울산 팬의 한 사람으로서, 울산의 우승이 이번 시즌만큼은 반드시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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