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 라운드에 들어가기 전에: 33R 동해안 더비 리뷰



  축구 팀 감독은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선수들을 이끄는 지도자, 경기를 준비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전술가, 팀 훈련을 지도 감독하는 코칭스태프 등 여러 역할을 소화해내야 할 뿐만 아니라 밖으로 보여지는 팀의 얼굴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특히 우승을 노리고 있는 팀의 감독이라면 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은 물론, ‘해야 한다.
  울산 현대는 올시즌 세 번째 별을 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팬들을 예상하고 있다. 지금껏 구단을 이끌며 우승권 도전이 가능한 팀을 만들어왔던 김광국 단장의 계약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재계약의 명분을 위해서라도 우승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훈 감독의 3년차. 부임 첫 시즌 구단 역사상 첫 FA컵 우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리그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왔던 김도훈 감독의 울산은 이번 시즌 드디어 전북과 치열한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울산 팬들은 김도훈 감독의, 울산의 우승을 확신할 수 있을까? 정규 리그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 가기 직전에 맞이한 동해안 더비에서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패인으로 보이는 몇 가지 전술적인 선택을 보여주었다.
포항은 홈에서 울산에게 2-1로 승리하며 또 한번, 우승경쟁 중인 울산의 발목을 잡을 수 있었다. 이 승리 덕분에 포항은 자력으로 파이널 A 진출을 확정 지었고, 6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를 7경기째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일류첸코의 자리에 윙어 송민규를 세웠다. 흔히 말하는 제로 톱 전술이었다.
심동운-송민규-완델손의 윙어 출신 공격진 조합은 중앙에서 공을 단단히 지켜주는 스타일이 아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애초에 그런 장면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보아야 맞을 것 같다. 포항의 세 공격수는 기동력을 살려 위치를 스위칭 해가며 울산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그 뒤를 받치는 2, 이수빈과 3선에서 전진한 정재용은 이들의 침투 움직임에 맞춰 과감한 패스를 시도했다준비해온 전술로 치른 전반전에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으니 성공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포항의 전술적 의도는 확실했다.
그에 비해 울산은 선발 라인업부터 불안했다. 불투이스의 복귀는 반가웠지만 이전경기까지 잘해줬던 강민수를 제외했고, 감기에 걸린 이근호와 이동경이 명단에서 빠졌다. 김인성이 경고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했는데, 그 자리에 황일수 대신 김태환을 올렸다. 그리고 김태환이 있어야 할 풀백 자리에는 한동안 출전하지 않았던 김창수가 이름을 올렸다. 좋게 말하자면 두터운 스쿼드를 활용한 로테이션이었겠지만, 선수 조합과 상대가 가져온 전략을 생각하면 적절치 못한 선택이었다. 경기의 결과와 내용으로 평가하자면, 이 라인업은 실패였다.
박주호-불투이스-윤영선-김창수의 수비진부터 살펴보자. 포항의 공격진은 전부 윙어가 주 포지션인 만큼, 발이 빠르다. 울산의 네 수비수 중에 발이 빠른 선수가 있는가? 없다. 이런 조합으로는 수비 라인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다. 그 뿐만 아니라, 기동력이 부족하니 오버랩을 통한 공격 지원도 할 수 없다. 섣부르게 전진했다가 포항의 발 빠른 공격수들에게 역습을 당하면 곧바로 실점 위기가 되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다음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살펴보자. 뒤에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믹스는 공격진 조합의 문제로 계속해서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야 했다. 결국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남는 것은 박용우 하나뿐이었다. 포항은 빠른 템포의 공격 전개를 보여주었다. 공격 진영까지 올라왔을 때 공을 멈춰 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 선수가 공을 잡으면 볼 터치 횟수를 늘리며 공을 점유하기 보다는 공간으로 침투하는 또다른 동료에게 간결하고 과감한 패스를 시도했다. 이런 빠른 템포의 공격을 박용우 혼자 저지할 수 있는가? 어렵다. 박용우는 오히려 공을 몰고 달리는 상대에 따라붙어 저지하는 것을 잘하는 편이다. 상대가 볼 터치를 줄인다면 박용우가 따라붙을 겨를이 없다.
공격진을 구성하고 있는 1, 2선은 어떨까? 이 날 선발 출전한 박정인은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많이 뛰며 수비적인 기여도 해주었고, 득점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득점과 근접한 장면을 두세 차례 만들어 냈다. 선발 라인업에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되긴 했지만, 이 날 박정인의 움직임은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울산은 사실상 투 톱으로 경기에 임했다. 주니오에게 집중될 견제를 박정인의 침투로 분산시키고, 활동량이 부족한 주니오의 수비가담을 박정인이 대신 짊어지는 형태다. 오른쪽 윙어로 나선 김태환은 빠른 발을 활용해 직선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왼쪽과 중앙을 넘나드는 김보경과 3선에서 올라온 믹스가 이 세 공격수들을 지원해주는 방식의 공격 전술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3 · 4선과의 조합을 생각해본다면, 조금 단조롭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수 있는 공격 방식이다.
최근 울산의 공격 장면에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침투 움직임이 거의 없다. 전방 자원들은 상대 수비수보다 아래쪽에 위치하며 2대1 패스를 기다린다. 공을 소유한 선수가 짧고 안전한 패스를 주면, 그 공을 돌려주며 순간적인 패스앤 무브로 공간을 만드려는 시도다. 하지만 울산을 상대하는 상대 팀들은 대부분 내려서는 수비를 선택한다. 후방 지역에 수비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선수가 매우 많다. 2대1 패스라는 부분 전술로 약간의 전진에 성공하더라도, 전진한 지역에는 이미 많은 수비수들이 커버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는 이번 라운드에도 마찬가지였다. 3 · 4선 자원의 성향을 보았을 때, 이들의 가세로 의외성을 만드는 시도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주니오의 성향을 생각하면 크로스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 블록을 무력화 시키는 방식의 공격도 기대하기 힘들다. 울산의 공격 방식은 상대 수비가 실수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혹은, 높은 지역에서 공을 탈취하여 상대 수비가 온전치 않을 때 역습을 성공시키거나.
첫번째 골 장면은 후자의 상황에 가까웠다. 박정인이 적극적인 압박으로 높은 지역에서 상대의 공을 빼앗았고, 이 공이 믹스에게 이어졌다. 공격을 위해 전진해 있던 포항의 수비는 울산의 전진에 맞춰 복귀할 수 없었고, 김보경의 움직임이 완성되지 않은 수비 블록에 빈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믹스의 스루패스를 받은 주니오의 슛은 강현무에게 막혔지만, 김태환의 2차 슛이 골망을 가르며 선제득점에 성공했다.

울산의 문제는 그 즈음부터였다. 포항의 김기동 감독은 홈에서 끌려가기 시작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술적인 변화를 시도했고, 김도훈 감독은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해내지 못했다.
포항은 도전적인 패스를 하는 어린 플레이메이커 이수빈을 교체아웃시키고, 그 대신 빠르고 공격적인 윙포워드 허용준을 투입했다. 최전방에서 많은 움직임을 보였던 송민규와 또 한 명의 윙어자원인 이광혁을 교체했다.
두 장의 교체카드를 사용한 포항의 공격 컨셉은 명확했다. 넓게, 빠르게, 다이렉트하게. 후방에서 수비를 성공한 다음에는 공을 끌기보다 전방으로 길게 연결했고, 윙어 4명으로 구성된 전방 자원들은 빠르게 전진하여 역습을 노렸다. 측면을 넓게 활용하며 울산의 수비 블록을 흔들고, 지체없는 크로스로 과감하게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 그 동안 울산은 전반전부터 많은 활동량을 보였던 박정인을 황일수로 교체해주었지만, 전술적으로 큰 변화는 가져가지 않았다. 
포항의 세번째 교체카드는 또 한 번의 전술변화였다. 'K리그의 캉테'라는 별명을 가진 최영준을 빼고, 새로운 플레이메이커 팔로세비치를 투입했다. 같은 시간에 울산은 믹스를 데이비슨과 교체했다.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완델손을 막고 있던 박주호를 박용우 곁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로 옮기고, 데이비슨을 그 자리에 세웠다. 나름대로 적절한 전술 변화였지만, 울산은 팔로세비치의 발끝에서 시작된 동점골을 막을 수 없었다.

울산의 기본적인 수비 전술 컨셉은 4-4-2 포메이션 형태의 '지역 방어'다. 전진해서 상대를 방해하기 보다, 뒤로 물러나 위험 지역을 지킨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시메오네 감독, 맨유의 전 감독이었던 무리뉴 감독 등 주류 감독들도 주로 사용하는 전술인 만큼, 이 전술 컨셉이 큰 문제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포항전에서 울산의 지역 방어 전술은 후반 39분까지의 교체 전술에 맞물려 큰 허점을 만들고 말았다.
울산은 황일수를 투입하며 김보경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로 옮겼다. 김태환과 황일수라는 빠른 공격수들을 측면에 세워 공격 속도를 높이고, 김보경을 조금 더 많은 공격 상황에 관여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수비 장면에서는 어떤 효과를 불러올까?
수비 시 울산은 4-4-2 포메이션의 형태로 전환된다. 공격 시 4-2-3-1 포메이션의 2선에 위치했던 측면 자원들이 수비형 미드필더 곁까지 내려와 수비를 돕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때 최전방의 투톱 자리에 선 자원들은 하프라인 근처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들의 임무는 다른 포지션의 동료들과 다르다.
울산의 수비수들과 미드필더들이 수비 블록을 형성하고 있으니, 상대의 플레이메이커는 그 수비 블록이 점유한 지역을 피해 조금 더 아래 쪽에서 경기를 조율한다. 수비 블록을 피해 측면으로 공을 보내거나, 수비 블록 사이의 작은 틈새를 노려 공을 전진시키는 등, 팀의 공격을 이어나갈 선택을 해야한다.
다시 울산의 수비 형태 이야기로 돌아와서, 최전방의 투톱 자리에 선 자원들에게 주어진 역할은 이 플레이메이커의 선택을 방해하는 것이다. 전진 패스 경로를 막거나, 전진 압박으로 플레이메이커의 성급한 판단을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전술 변화를 거친 울산의 이 자리에는 김보경과 주니오가 서게 된다. 팀의 핵심 자원으로 거의 매 경기 풀타임을 소화해야 했던 두 선수의 나이는, 한국 나이로 각각 31세와 34세다. 이들이 스태미나에 특별한 강점을 보이는 스타일도 아니고, 체력적인 한계를 생각하면 후반 39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 왕성한 전방 압박을 기대할 수 없다.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팔로세비치는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울산의 후방 공간을 향해 로빙 패스를 연결했다. 왼쪽 측면에 있던 완델손이 중앙으로 달려들어오며 패스를 받아냈고, 김창수의 기동력으로는 이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뒤늦게 몸을 부딪힌 김창수의 차징 파울. 포항이 동점골 기회를 얻어낸 순간이었다.
여름이적시장에 합류한, 그래서 PK 성향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팔로세비치가 PK키커로 나서 김승규를 완벽히 속이고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정규시간 5분을 채 남기지 않은 시간대에 리드를 잃게된 울산은, 수비형 미드필더 박주호를 빼고 스트라이커 주민규를 투입하며 공격적인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남은 승점 1점마저 잃게 만드는 악수였다.

전술 변화 이후 울산은 흔히 '다이아몬드 4-4-2'라고 부르는 4-1-3-2 포메이션이 되었다. 4-1-3-2 포메이션은 대한민국 국가대표 팀도 사용한 바 있을 만큼, 현대 축구 전술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전술은 아니다. 하지만, 포항전 후반 막판에 만들어진 울산의 4-1-3-2 포메이션은 국가대표 팀의 전술과 전혀 다르다.
4-1-3-2 포메이션의 핵심은 3을 이루는 2선의 선수 구성에 있다. 현대 축구에서 활용되는 4-1-3-2 포메이션은 2선의 선수들을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로 구성한다. 공을 잘 다루는,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이 2선에서 공격을 풀어나가고, 풀백들이 윙어처럼 전진해 공격지역의 수적 우위를 점하는 형태의 전술이다.
하지만 이 날 울산의 2선은 황일수-김보경-김태환이었다. 이 중 중앙 지향적인 선수는 김보경 하나 뿐이다. 윙어 둘과 공격형 미드필더 하나. '넓은' 다이아몬드 4-4-2라고 불리는 포메이션이었다.
넓은 다이아몬드 4-4-2라 불리는 이 포메이션은, 2010년대 초반에 등장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장되었던, 현재 사용되는 좁은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의 시행착오 격인 전술이다. 측면 지향적인 윙어를 측면 미드필더로 기용했기 때문에 중원 공백 문제가 생기고, 수비 시 그 중원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무너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실패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광혁의 역전골 장면은 이 포메이션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심지어 포항은 윙어 자원을 4명이나 배치시킨 제로톱 전술이었으니 더더욱 문제였다. 중원에 홀로 남은 박용우는 빠르게 달려드는 포항의 공격 자원들 사이에서 크나큰 곤경에 처했다. 팔로세비치와 이광혁이 교차하는 순간, 박용우는 침투하는 두 선수를 홀로 맞닥뜨려야 했다. 박용우는 이광혁에게 패스 후 침투하는 팔로세비치에 따라 붙었다. 평소 울산의 공수 밸런스라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포메이션에서 박용우의 빈공간을 커버해줄 또다른 수비형 미드필더는 없었다. 박용우를 지나친 이광혁은 압박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슛을 시도했고, 이 슛은 먼 쪽 포스트를 향해 감기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술적인 패배였다. 네 윙어들의 스위칭을 통해 공격을 전개하는 제로톱을 상대로, 팀의 진형을 원 볼란테로 전환한 대가였다.

이 경기의 승리를 통해 포항은 파이널A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 말인즉, 울산은 포항과 다시 한 번 만나야 한다는 소리다. 심지어 파이널 라운드 포항과의 경기일정은 12월 1일. 6년 전 우승을 눈 앞에 두고도 빼앗겨야 했던 그 날과 똑같은 날짜에 똑같은 홈 경기로 예정된, 똑같은 동해안더비다. 6년 전의 경기가 수많은 울산 팬들에게 트라우마처럼 남았던 것을 생각하면 울산은 시작부터 정신적인 페널티를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파이널 라운드가 중요하다.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동해안 더비, 최종전 이전에 우승을 확정짓는 게 최선이다.
부디, 파이널 라운드 울산의 선전을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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